“저, 되게 못됐어요.”
“알고 있어.”
“사람들은 저보고 착할 거 같대요.”
“너 충분히 못된 애야.”
“왜요?”
“오형이니까.”
Category: 1994
촉
다리
“그렇게 급해?”
“아니.”
“그럼, 조바심 나?”
“무슨 소리야? 그런 거 없어.”
“근데 뭘 맨날 서두르고 그러냐?”
“내가? 언제?”
“지금도 만지고 있잖아, 휴대폰.”
“…”
“거 봐. 또 문자 왔네.”
D-4
다시 ○○하게 돼도 그렇게 ○○할 것 같아?
그때처럼 열정적이고, 뭐 그렇게.
달팽이와 고래
A: 난 잘 모르겠어. 우리가 어느새 스물일곱이잖아. 널 처음 본 건 열댓 살이었는데 말이야.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나에게 넌 왠지 신비한 친구야. 너의 선택과 나의 선택은 완전히 반대랄까. 난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항상 같은 곳에 있는 것 같은데 너는, 잘 변하고 사라지고 나타나.
B: 그러고 보면 내가 어딘지 모르게 쏘다니다가 문득 그리워서 찾다 보면 예상한 곳에 네가 있어. 예상한 표정으로. 근데 그거 좋은 거잖아.
A: 나도 일탈이란 걸 하고 싶은데, 내 굴레는 좀 튼튼해서 말이지.
B: 튼튼하다, 왠지 멋있는데.
A: 하지만 굴레라는 말이 꼭 속박 같잖아.
B: 그렇기는 해.
A: 나는 내 세상에 날 가둬놓고 움직이지 않는 거고 넌 너의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사는 거지. 난 그런 게 부러워. 내가 못 하는 것. 나에게도 언젠간 오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일탈을 할 날이 오겠지. 뭐, 나 그런 거 좋아해. 대기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