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Flying

Let It Happen

얼마 전 우연히 본 뮤직비디오가 자꾸 생각난다. 죽는 순간에 대한 내용 같은데 리듬이 묘하게 들려온다.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는 듯한 상황. 내가 죽는 날도 그렇겠지, 어젯밤 잠들 때처럼 의식을 잠시 잃을 뿐인데 사람들은 분주해지고 나를 들어다가 옮기고 안 하던 연락을 하고 잘 만나지 않던 사람들을 부르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오랜만에 밥도 같이 먹고 기도도 하고 멜로디 없는 노래도 부르고, 그러다 울기도 하고. 영원이란 단어를 쓸 때가 드디어 왔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의식이 없다.

Let It Happen by Tame Impala

Huey Newton

이 음악을 작년 겨울이 아니라 이 년 전 겨울에 들었더라면 그 프로젝트의 형태가 좀 달랐을지 모르겠다. 당시 영상 연주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아무 곡이나 틀어놓고 즉석 연주를 해보는 게 목표였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나고 공부의 벽에 계속 부딪힐 때쯤 뭔가 만드는 중이라는 사실을 깜박하는 일이 잦아졌고, 얼마가 더 지났을 때 VJing을 알게 되었다.

이 분 사십 초를 넘어갈 때쯤 앉은 자세가 불편해진다.

Huey Newton by St. Vincent

All In White

신나게 먹고 마시고 춤추면서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나도 신나게 먹고 마시고 춤추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음악을 듣는다. 초능력을 발휘하는 표정도 꽤 진지한데 그걸 보는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다. 나에게도 초능력이 있는데 아직 써먹을 기회가 없었다. 살면서 딱 한 번 쓸 수 있다는데 언제가 좋을지 모르겠다.

젊음은 소중한 것이니까 여든 살이 될 때까지 아껴 쓰면서 잘 보존해야겠다. 그때쯤 사람들이 내 젊음을 원하면 초능력을 발휘해서 조금씩 나눠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All In White by The Vaccines

Real Life (Angel)

팔꿈치라는 이름의 밴드 음악을 종종 듣는다. 오랜만에 서점을 가면서 노래를 듣다가 혼잣말을 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올 뻔했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생각했는데 앞선 버스에 자꾸 붙길래 엑셀을 천천히 밟았다. 카페에 앉아 처음 연 책을 그대로 다 읽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새로 산 책을 그날 다 읽는 건 가끔 있던 일인데 마지막이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책 뒷부분에 오 년 전 읽은 소설의 속편인 듯한 내용이 나온다. 아마 새 직업을 갖기 전 마지막으로 읽은 장편소설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출간일을 보니 그 소설을 읽은 2010년이다. 종로에 새로 생긴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는 시늉으로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이번 책은 석촌호수 앞 스타벅스에서 읽었으니 아무래도 끈인가 보다.

카페에서 책을 보는 내내 이어폰 사이로 매장 음악이 새어 들어온다. 사실 자주 듣는 노래는 그리고 눈이 왔다, 그리고 눈이 왔다는 말이 반복해서 나오는 곡인데 영상을 찾을 수가 없다. 겨울에 그 노래를 들으면 지금이 어떤 그림으로 떠오를지 궁금하다.

Real Life (Angel) by Elb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