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나

차를 몰고 출근을 할 때면 한강을 두 번 건너게 된다. 잠실에서 자양으로, 다시 마포에서 여의도로. 잠실대교에서 마포대교에 이르기까지 강을 왼편에 두고 달리는 기분이 꽤 좋다. 오늘은 아침부터 퇴근 전까지 집중 테스트가 있는 날이었는데 오후 여섯 시가 되자 설문지를 작성하라고 한다. 여러 요소에 대한 평가를 적던 중 맨 아래에서 업무 환경 개선에 대한 문항을 본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망설이다 보니 의외로 내가 회사에 만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관리자는 할 일을 할 뿐이고 나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걸 잘 만들어 넣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서 동료들에게 바라는 점을 썼다. 나에게 좋은 환경이란 언제든 협업할 수 있게 준비된 자세를 갖추는 것이니까.

이번 주는 자유를 뒤로하고 일에 집중해야지, 했는데 설문을 마친 사람들이 퇴근 준비를 하길래 덩달아 짐을 싸고 나왔다. 어차피 고단한 한 주가 될 테니 하루 더 쉬는 게 뭐 어때 싶기도 하고 어제 읽은 소설들이 눈에 채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는 길에 단편집을 하나 더 사서 집 앞 스타벅스에 앉아 한참을 읽으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번에도 끝까지 읽으면 왠지 다가오는 주말까지 허기질 것 같아 적당히 읽고 나오기로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문득 이 동네가 십삼 년 전 만나던 아이가 잠시 살던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매일 지나치던 PC방들도 가만 보니 당시 내가 갔던 곳들이다. 누군가 구석 자리에서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틀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