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산지 십 년, 이십 년이 지나고 직업과 회사에 적응했다고 느끼는 시기가 왔다.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눈은 뻑뻑하고 숨도 차고 머리는 무겁고 공기는 항상 부족한데 새벽이 오면 기운이 살아난다. 잠을 자려면 필요하니까. 내일 아침 혹은 점심 혹은 저녁에는 오늘 했던 일과 분명히 다른 어떤 것들을 발견하고 어쩌면 해낼 수도 있을 거라 믿는다.
뭔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산지 십 년, 이십 년이 지나고 직업과 팀, 회사에 적응을 했다고 가끔 털어놓는다. 만족스럽지 않다. 다 내려놓고 편하게 살면 안 되겠니? 내려놓을 게 있어야 내려놓죠. 가진 게 없는데 뭘 놓아야 하나. 몇 년 전부터 갖고 싶던 렌즈를 삼 월 말 드디어 구입했지만 딱 이틀 써보고 까맣게 잊었다. 나에게 그런 렌즈가 있었다는 게 그저께 떠올랐지만 카메라는 무겁고 배터리는 방전된 지 오래다.
뭔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 하지 않는다. 대신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뭔가 해내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시간을 찾고 발을 굴리고 흥분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집에 돌아오면 다시 밖으로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요즘 일에 미쳐있다. 몰두하는 시간은 언제나 아름답다.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사람들과 얘기하고 웃고 농을 생산하는 동안 내 삶은 빛난다. 작은 별이 얼마나 반짝이는지는 모르겠다. 뭔가 해내고 싶어질 다음 실마리를 찾고 있다. 나 자신을 속이는 건 언제나 쉽고 이후 돌아오는 대가도 명쾌하다. 별로 재미있는 일은 아니지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언제 도움이 됐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