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

이름을 잊었다. 나이도 잊고 사는 곳도 잊었다. 만난 적이 없으니 얼굴을 잊을 일은 없다. 미안하다.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밤늦게 잠드는 일이 사라지니 내일이 기대되지도 않는다. 눈이 온다고 창을 열 일도, 비가 들이친다고 문을 닫을 일도 없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은 짧고 시간은 혹독하다.

유쾌한 하루다. 웃는 사람은 슬픈 생각이 많다. 쉽게 고마워하는 사람은 미워하기도 쉽다. 아침이 온다고 저녁이 사라진 게 아니다.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