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게 고통이고 하루의 절반을 밖에서 보내야 기운이 충전되고, 그게 운명인가 했는데 얼마 전부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새로운 것만 옳고 멋지고, 익숙함을 경계해야 한다 생각했는데 금년 들어서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걸 자주 찾아요. 내키진 않지만 몸이 원하는 것 같아 따라가 보고 있습니다.
눈을 뜨니 일요일 낮인데 해가 쨍하지도 않고, 몸을 일으킬 이유도 생각나지 않아요. 작년이라면 대화를 시작함에 있어 서울 자주 오시나요, 언제 어디서 봅시다, 주량은 얼마나, 맥주 아님 소주, 집과 바깥, 익숙함과 새로움, 기억과 버림을 논해봅시다, 그냥 동네나 한 바퀴 걸읍시다, 그런 상투적인 얘기를 상투적이지 않게 했을까 싶은데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어요. 저는 요즘 하루의 반나절을 밖에서 보내는 대신 집에서 공부를 하고, 해가 지면 한두 시간쯤 아무 곳으로나 운전을 하다가 돌아오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