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경쟁이 좋아서 사람들과 어울린다. 평가를 위해 만나고 분석을 위해 이야기를 듣는다. 서로 속상하면 기회가 줄어드니 미리 친해진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높낮이를 재는 기분이 좋다. 이 사람보다 못난 것도 좋고 저 일을 언젠가 해볼 수 있겠지 하는 망상도 좋다. 주위에 누군가 머무는 일은 흔치 않아서 필요할 때마다 찾아다녀야 한다. 밥 먹자, 술 마시자, 얘기 좀 하자, 오래 가진 않는다. 결국 취미와 같아서 곧 새로운 놀이를 찾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서 거둔 눈은 거울로 향한다. 어제 만난 사람은 어제의 강민형이고 내일 만날 사람은 내일의 홍진웅이다. 오늘은 김순태와 밥을 먹기로 했다. 매일 다른 이름을 지으면 항상 새롭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