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남자

홍 씨라고 했다. 모양새가 운동 좀 했겠다 싶은데 옷발이 무색이다. 충주에서만 이십칠 년, 서울은 이제 일 년 반 정도 되었단다. 키가 껑충해서 걷는 내내 그림자가 휘청인다. 잘 하는 게 뭐냐 물으니 그림을 그린단다. 화가는 아닌 듯싶은 게 남자치고 손이 곱다.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말고, 글씨 쓰는 사람을 찾는다 하니 표정이 어두워진다. 한때 수묵화를 배운 적은 있으나 글씨와는 연이 없단다.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곧 연락 주겠다, 했지만 금세 잊었다. 적임자를 찾지 못해 사업도 흐지부지되었지만 가끔 생각이 난다. 그림을 그린다면 글씨도 곧잘 쓰지 않았을까.

충주는 팔 년 만이다. 먼 거리도 아닌데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 서류에서 본 주소가 생각난다. 동네 이름이 특이해서 유래가 있냐고 물었던 기억도 난다. 요즘도 그림을 그릴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