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지고 어두워진 뒤다. 짐을 대강 풀고 침대에 오르면서 보니 머리맡에 아이폰 독(dock)이 있다. 가까이서는 처음 보는 기계다. 분위기를 낼 수 있겠다 싶어 내 아이폰을 꽂고 음악을 고른다. 최근 다운만 받아두고 거의 듣지 않은 앨범이다. 당시 꽤 좋아했던 밴드라 같이 들으려고 일부러 아껴둔 것 같기도 하다. 가끔 몸 깊숙이 남는 음악이 있는데 최근엔 그 앨범의 일 번 트랙이 그랬다. 인생에 두 번쯤 올까 말까 한 새로운 시작, 올해는 나의 해가 된다 믿었던 순간. 오늘 아침 우연히 그 노래 제목을 발견하고 잠시 떠올린다. 아련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궁금하기도 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삼십 분이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