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말이 없다. 표정 변화도 없으며 웬만해서는 웃는 일도 없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하나 있다. 언젠가부터 매일 보는 사이가 됐는데 인사를 제대로 나눈 기억은 없다.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두세 달을 알고 지냈는데 워낙 변화가 없으니 작은 손짓 하나에도 집중하게 된다. ‘알고 지냈다’라고 해서 친하다거나 이야기를 곧잘 나누는 사이라는 건 아니다. 눈을 마주치기도 쉽지 않아 대화를 하려면 매번 먼저 말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듬성듬성 마주치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그 기분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행복한 사람은 자리에 앉으면 누가 부르기 전까지 일어나는 법이 없다. 일이 마무리되거나 퇴근 시간이 오지 않는 한 그는 굳은 석상이 되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일어나 두리번거리는 이유는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다. 매일 옷을 바꿔 입고 새로운 표정을 연구하고 새 미사여구를 써보려 노력하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루에 한두 번은 옆 동네 행복한 그가 생각나지만 내일도 만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언제부터 알았는지 기억이 흐릿한 만큼 그에게 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