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를 얻으려고 애를 쓴 적이 있다. 무얼 그릴지 어디로 갈지, 다음 열정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사람을 만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했다. 진담이든 농이든 나에게 하는 얘기라면 뭐든 듣고 싶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그런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겼지만 이야기를 나누기엔 정신적 거리가 멀었다. 나는 항상 목이 말랐고, 주변에 비슷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그렇긴 하다. 나와 비슷한 사람은 흔치 않아서 우리는 종종 외로워한다. 그리고 이 외로움은 열정을 잊게 만든다.
삶의 흐름을 깨고 싶었던 적이 있다. 열정만 있으면 언젠가는 삶이 달라질 거라 믿었다. 열정은 주제로 대변된다 생각했고, 이 주제를 찾기 위해 만남을 구걸하기도 했다. 요즘도 가끔 열정 섞인 사람을 본다. 내게 소소한 이야기를 쉽게 잘 던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제 서너 가지 중 하나는 안다. 기대하는 만큼 증발하기도 쉽다는 것. 한번 넓게 본 세상을 다시 좁히기는 힘들 테니 나는 세상을 넓게 보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