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그 이름은 어디로 갔을까. 비가 그치고 해가 뜬다. 거리가 소란스럽다. 한 시간쯤 지나니 도로도 자동차로 붐빈다. 아침을 지나 해가 중천에 뜬다. 구름이 몰려오는 상상을 한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사라진다. 자동차가 사라진다. 비가 오기엔 날씨가 좋으니 해를 없앤다. 하루가 사라진다. 사람을 지운다. 지구를 지운다. 비가 오면 좋겠다. 내년이 올 때까지 계속해서 비가 오면 좋겠다. 해가 사라지면 좋겠다. 언제나 지금처럼 구름이 가득하면 좋겠다. 나는 맑은 하늘이 싫다. 거리를 지운다. 자동차를 지우고 사람을 지운다. 나를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