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눈을 떴다. 어떤 사람들의 얼굴과 말투, 습관이 생각나는데 무슨 사이였는지 기억이 없다. 오래 알고 지냈는데 이름과 나이를 모른다. 요즘 말을 하려다가 그만둘 때가 많다. 했던 말을 또 하고 썼던 글을 또 쓰기도 한다. 그래서 말을 안 하고 글을 안 쓰는데 생각을 하다 보면 앞에 보이는 게 실재인지 신기루인지 헛갈릴 때가 온다.
연휴 중 횡단보도 앞에 늘어선 차들을 본다. 불빛이 옹기종기 모여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을 비춘다. 강자가 약자를 구경하면서 덮칠 때를 노리는 모양새다. 자주 가는 카페의 일인석이 모두 유리 외벽을 바라보는데 거기 앉아있으면 쉽게 보는 장면이다. 그 카페를 다니면서 다양한 시위가 부지런히 일어난다는 것도 알았는데, 해 지기 전 마지막 시위대가 지나가는 걸 보면 반갑다. 내막은 몰라도 보람찬 행진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