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나는 높은 곳이 무섭다. 그래서 건물 창가에 가질 못하고 육교를 건너지 않는다. 그런 내가 돌산대교를 걸었다. 돌산도에서 본토까지, 바다를 건넜다.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는 조금 기대도 했다. 막상 건너면 괜찮을지 모른다.

그렇게 무서울지 몰랐다. 매 걸음 바다로 떨어지는 상상을 했고 다리가 무너질까 두려웠다. 옆으로는 차들이 끝없이 지나간다. 이걸 왜 건너려 했나, 후회를 반복하다 고개를 드니 반대편 끝이 까마득하다. 다리의 중심부에선 큰일이 생길 것 같다. 멀리서 누가 손수레를 밀고 온다. 수레 너비가 보행길에 꽉 차는 듯하다. 점점 가까워진다.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다리 안쪽으로 피하기로 한다. 바깥이나 안이나 무섭긴 마찬가진데 바깥으로 피하면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서다. 다리의 중심부를 지나자 몸이 떨린다. 차가 지날 때마다 다리가 흔들린다. 허벅지가 긴장되고 아프다. 바다를 잊었다. 길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뛰고 싶지만 다리가 무너질까 두렵다. 눈앞이 뿌옇다. 몸을 기울이고 계속 걸었다. 몇 초면 된다, 생각한 뒤로 한참을 지나 다리가 끝났다. 계속 걸었다. 다리가 보이지 않겠다 싶을 때까지 걸었다. 마음이 진정되어 뒤를 봤을 때 다리는 멀리 잘 있었다. 차들은 여전히 잘 달렸고 다리는 앞으로도 끄떡없을 듯했다. 등이 땀으로 축축했고 배가 고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