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벨을 누른다. 응답이 없다. 멀리서 물소리가 들린다. 문에 귀를 댄다. 옆집 대문이 열린다. 남자가 슬리퍼를 끌면서 나온다. 여자가 뒤따른다. 좀 전까지 다툰 모양새다. 벨을 누른다. 조용하다. 문에 귀를 댄다. 첼로 소리가 들린다. 미진아? 문을 두드린다. 전해줄 게 있어. 남자가 눈을 굴린다. 집을 빙 돌아 창문을 찾는다. 커튼 사이로 불이 새나온다. 창을 두드린다. 첼로 소리가 멈춘다. 남자가 슬리퍼를 끌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미진아? 다시 물소리가 들린다. 입구로 돌아가 벨을 누른다. 잠깐이면 돼. 옆집 대문이 열린다. 여자가 웃는다. 여기 안 살아요. 안에 있는 것 같은데요? 빈 집이에요. 문고리를 돌린다. 잠겨 있다. 물소리가 멈춘다. 미진아? 남자가 다시 나온다. 맨발이다. 누구라고요? 여자가 뒤따라 나온다. 오래 알던 친군데, 문을 두드린다. 남자가 이빨을 보이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