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공터에서 누가 영상을 만든다. 밤하늘 여기저기 달과 지구와 별들을 놓고 특수효과로 마무리한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하늘을 찍는다. 조금 있다 만나면 보여줘야지 싶다. 밤공기가 좋다 생각하는데 어르신이 흰옷을 입고 지나간다. 머리를 까맣게 염색해서 못 알아볼 뻔했다. 웃는 모습이 여전하다. 넌 새해 인사도 없냐며 서운해하시길래 달려가 팔짱을 꼈다. 대문까지 따라가 인사하고 나니 같은 건물 일 층이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부지런히 걷는다. 몇 년 만에 낀 반지가 어색하다. 영상을 보여주고 어르신 만난 이야기도 해야겠다.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하다.
잠에서 깨는데 어릴 때 본 만화가 생각난다. 결국 만났을까 모르겠다. 역시 마지막 기억이 없다. 노래가 자꾸 맴돌아서 찾아 들었다. 모험의 날개를 활짝 펴라, 태양소년 에스테반. 젊은이 사전을 펼쳐봐라. 불가능이란 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