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연다. 적적함을 깨고 싶다. 건너편 옥상에서 누군가 빨래를 넌다. 음악을 튼다. 책을 펴고 테이블을 당긴다. 바람이 분다. 비가 오려나, 공기가 눅눅하다. 빨랫줄에 걸린 셔츠가 춤을 춘다. 옥상에 한 사람이 더 올라온다. 고양이도 잠시 보였다가 사라진다. 허공을 본다. 첼로와 피아노는 환상의 짝이구나. 책을 덮어야겠다. 턱을 괴고 노래를 부른다. 테이블을 두드린다. 요즘 고민이 있어. 머리가 비어가는 게 느껴져. 응, 반가운 소식이다. 삶이 평온할 땐 생각할 필요가 없지. 사람에 대한 흥미를 잃었어. 여행의 맛도, 배움도 잊었어. 넌 너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 두비두밥, 그거 다 위안이다. 아니, 그렇진 않고. 올 시간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다. 그냥 다 관뒀어. 강박증이니? 두비두-밥, 언젠가 마주칠지 모른다. 빠질지도 모른다. 자극을 받으려면 마음이 불안해야 해. 잘 지내는구나? 뭔가 해야겠다 생각이 들면 놓치지 마. 때가 지나면 의미가 흩어진다. 그리고 있지, 날 원하는 곳이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