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새로움

연락처를 지운 게 시작이었다. 메신저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게 불편했다.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위에서부터 하나씩 지우다가 내가 먼저 인사할 일 없겠지 싶어 뭉텅뭉텅 지웠다. 중간에 아차 했던 사람도 있다. 열 명쯤 남기고 보니 이제 메신저는 껍데기다. 그래서 계정을 지웠다. 얼마 뒤 SNS도 껍데기 같단 생각을 했다. 친구 목록을 지우면서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 아무도 연결되지 않은 공간을 보니 그야말로 껍데기의 껍데기다. 그래서 SNS를 탈퇴했다. 이 정도면 잘 숨었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는 일이 많았다. 그들의 공간을 보고 감정을 읽으며 내 하루를 돌아봤다. 그리고 이게 나를 해친다는 생각을 했다. 호기심을 막을 방법이 없어 그들을 볼 수 없게 했다. 정보는 공평해야 하니 나도 사라진다. 이십 년 만에 편지를 썼다. 의지하고 싶은 곳이 없었다. 말로는 이해한다지만 우린 다르잖아? 편지를 독백으로 바꾼다. 사라질 용기가 있으면 성공하고도 남는다며, 오래전 누가 그랬다. 운다고 알아주진 않아. 까만 하늘을 한참 보다가 사무실로 내려갔다. 일이 목덜미를 잡아야 생각도 멈추는 법이다. 야근이 고마웠다.

일 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회사는 백지의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회의가 많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이라 치고 게임을 하기도, 게임을 일처럼 하기도 한다. 일도 사람과 같아서 새 프로젝트는 설레면서 두렵다. 어쩌다 수동적인 삶에 익숙해진 나를 본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을 줄여본다. 먼저 말을 거는 연습도 해본다.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욕심도 부려본다. 책 읽는 시간을 쪼개어 남겨둘 것과 버릴 것, 바꿀 것을 고른다. 생각했던 일을 하나씩 해보면서 마음에 드는 지점을 찾는다. 과거, 미래, 뭐 이제 현재도 좋다. 여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움은 언제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