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할 말이 많은 사람은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게 힘들다. 그래서 차라리 숨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못다 한 이야기는 금세 사라지고 사람들은 그를 잊는다. 이야기는 홀로 남아 세상을 여행했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남아프리카에 닿았다가 큰 바다 건너 아마존에 닿았다가 했다. 처음부터 없던 사람인데 이야기만 남아 무얼 하느냐 묻는 사람을 본다.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이야기가 사람에게 말한다. 단지 형체가 없어서 죽을 수도 없을 뿐, 난 당신이 부러워요. 사람은 처음으로 이야기를 마음에 담는다.

시간은 기억과 닮았다. 애를 쓰면 손에 잡힐 듯하고 고개를 돌리면 금세 스쳐간다. 기억은 종종 너무 쉽게 왜곡되어 실제와의 연결을 잃는다. 나는 가끔 존재한 적 없는 일을 떠올린다.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모두 펼쳐두고 싶지만 기억은, 그저 흐를 뿐, 남은 것은 어디에도 있지 않다. 시간은 기억을 편집하고 나는 시간을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