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준의 레모네이드

갓 잡은 명태에서 비린내가 난다며 그 난리를 치던 그였다. 평소 쓰던 칫솔에 치약을 잔뜩 묻혀서는 장화 주변이 비늘로 번들거릴 때까지 닦고, 또 닦았다. 잊고 있던 벨 소리가 들린다. 언제 들어도 바로 알아야 한다며 열심히 음을 바꾸던 게 이런 의도였을까. 사람 냄새엔 관심도 없으면서 생선만 보면 그리 집착을 하더랬다. 밥을 먹은 뒤에도 양치보단 레모네이드가 편하다고, 그거면 되지 않냐고 되묻다가 웃었다. 그는 웃으면 눈이 사라진다. 시간 지나 봐, 그거 다 의미 없다. 들어도, 들어도 와닿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은 너한테서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 치약? 그게 다 뭐라니? 두고 봐라, 이름도 까먹을걸. 버릴 수 있을 때 버려. 쓴소리는 가끔 꿈에서도 듣지만 그래도 하나는 맞았다. 나는 네 이름을 잊었으니까. 발치에서 명태 비늘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휴대폰 액정의 낯선 너는 누구인지 모르겠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라디오를 틀었다. 방금 도착한 사연이, 여보세요? 경기도 안양시에서, 여보세요, 오늘 바깥이 소란스러워요, 무슨, 저희 집 앞에 초등학교가, 여보세요? 있거든요. 언젠가 그 앞을, 어디, 지나는데 길가에 사람들이, 이따가, 모여 있었어요. 항상 차들도 많이 다니는 거린데 그날은 한 대도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