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달력을 보다가 방황을 한다. 오늘을 찾기 위해 어제, 그제의 기억을 살리는데 지난 주말까지 떠올려야 할 때도 있다. 날짜를 모르고 산지 오래되었다. 회사를 다녀야 하니 월요일은 기억하지만 나머지는 금세 잊고 만다. 금요일은 쉬고 싶을 때쯤 찾아온다. 종종 하루가 너무 느리다는 생각을 한다. 할 일을 자주 잊는 것도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시간은 나와 다른 속도로 사는 것 같다.
눈앞이 흐리면 안경 탓을 한다. 렌즈를 닦으면서 어쩌다 안경이 나와 하나가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있다. 눈앞이 흐린 이유가 렌즈에 남은 추상화 때문이라는 걸 알면 나는 안경을 바꾼다. 왜 그렇게 일찍 안경을 주었냐고, 왜 내 몸과 하나가 되게 두었냐고 원망한 적이 많다. 하지만 안경에게는 죄가 없었다. 나는 가끔 렌즈 뒤에 숨는다.
월요일 아침마다 마음이 묻는다. 네 욕심은 어디에 있느냐고, 열심히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다. 다음 날, 그다음 날까지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하루쯤 욕심을 놓으면 금요일이 온다. 안경을 벗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게 희미할 때 나는 투명 인간이 된다. 해가 기울고 기분이 좋아지면 머리가 대답한다. 모릅니다. 나는 욕심을 원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