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너 자신을 알라, 웃기지 말라 그래. 자기 자신을 아는 순간부터 세상은 전에 알던 곳이 아닐걸. 그럼, 생각 없이 살아? 그건 모르겠고, 난 그냥 네가 고루해지는 게 싫어. 너는 어떤데? 난 원래 고루한 사람이야.
B.
사람들은 내가 되게 생각이 깊은 줄 안다. 너도 그래? 깊은 것까진 모르겠는데 궁금하긴 해. 뭐가? 아니 뭐, 말도 잘하고. 내가? 응. 그럴싸하잖아. 무슨 소리야, 난 내가 무슨 말 하는지도 몰라. 너 떨지도 않던데. 눈에 보이는 건 다 사기야. 듣는 것도. 내 마음이 어떤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C.
잠깐 봤는데 집중 잘하던데요. 놀래기는요. 글은 잘 쓰고 있어요? 네. 그럭저럭요. 재미있었나 봐요? 그냥, 뭐. 그이는요? 못 만났어요.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 거기 아직 있긴 한 거죠? 그렇지 않을까요. 사실 모르겠어요. 우리 둘 다 버려졌나 봐요. 괜찮아요? 아까 예전 편지를 봤거든요. 향수 냄새가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도 둘이 있을 땐 얼마나 자상했는지 몰라요. 그렇겠죠. 제게도 좋은 친구였어요. 찾아가서 따질까 봐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소용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