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낮에 여기를 지나는 버스가 한 시간에 몇 대인 줄 알아? 아마 서울에서 제일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걸. 그런데 그중 내가 탈 버스는 없다는 거야. 나를 집으로 데려다줄 버스는 여기를 지나지 않지. 네 옆에 앉는 사람들도 봐. 하루에도 수십 명씩 바뀌는데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몰라. 매주 여기에 오는 사람들조차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목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을걸.

우리는 서로를 몰라. 거리의 사람들처럼 그냥 스쳐 갈 뿐이지. 지나가다 눈 스치고 어깨 닿고 시선 피하고, 그렇게 흘러간다. 말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나 지금 너무 행복해, 날아갈 것 같아! 이런 게 감정의 전부는 아니잖아. 너 그렇게 신경 쓰는 거 하나도 멋있지 않아. 외로움을 모르고 사람을 알 수 없듯이 슬픔 없이는 기쁨도 모르는 거다. 그렇게 느끼는 감정이 행복일 순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힘들면 말해. 생각만 하지 말고 이야기해. 나 사람이 그립다고, 가끔 외로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글도 쓰고 울기도 하는데 그래도 모르겠다고. 내가 들어주면 되잖아. 힘들면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그러면 되잖아. 나도 비슷해. 우리 다르지 않을걸. 집에 돌아와서 가방을 놓고 거실에 앉으면 긴장이 풀리거든. 그럼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누구든 내게 말해주면 좋겠다고. 고생했다고, 힘들지는 않았냐고, 그리고 대답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안아주면 좋겠다는 거야.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내일도 그렇겠지. 우리가 행복 기계는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