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꼭 그거 같아요. 주사 맞으면 문지르라고 솜 주는 거, 아니면 화장 솜? 두부인가 싶기도 한데 설마 그건 아니겠고.”
“마시멜로 같은데요.”
“달 참 예쁘다.”
“그렇죠? 낮에 뜨는 달 너무 좋아요. 이 시기부터 여름이 좋은 유일한 이유랍니다.”
“저 여름 진짜 좋아해요.”
“정말요? 이유를 여쭤도 되나요?”
“모든 게 살아있는 것 같아서요.”
“사실 아직 편하시죠? 외로움보다는.”
“저는 사람을 좋아해요.”
“저 궁금한 부분이 있어요. 날씨에 감정 변화가 없기로는 지금껏 만난 사람 중 최고였는데, 이것은 나를 대할 때도 비슷했다. 처음 보는 지인마다 ‘미진 씨 좋아하는 거 맞죠?’라고 물을 정도로 그의 표정은 유독 변화가 없었다. 여기에서요, 미진이랑 사귀고 있는데 다른 남자한테 ‘너 얘 좋아하지?’라고 물었다는 걸까요?”
“미진이 이 남자를 데리고 지인을 만났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미진을 보고 ‘저 남자 너 좋아하는 거 맞지?’라고 했던 거였어요.”
“아하, 그런 거군요. 위태로운 남자인걸. 그럼 날씨와 감정 변화는요?”
“허술한 서사를 찾아내셨어요. 웬만해선 표정 변화도 없다는 얘기를 하려다가 뭐는 아침에 쓰고 뭐는 오후에 쓰고, 그렇게 짜깁기를 하던 중 나온 폐해입니다.”
“글 쓰면서 생각 많이 하시는구나 싶어 신기해요. 각각 다른 데서 영감받으시는 거예요?”
“대개는 되어보고 싶은 사람 되어보기, 하는 것 같아요. 남자 입장, 여자 입장 되어보기, 혹은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 그려보기 같은.”
“오, 통화 괜찮으세요?”
“좋아요. 5분만 이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