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때문인 것 같다. 휘갈겨 쓴 이름이 유난히 멋져 보인 것은. 오랜만에 쥐는 펜 느낌이 어색하다. 언젠가 한가락 했던 것도 같은데, 원고를 보낸 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클립이 아직 남았을까. 서랍을 열고 손을 휘저어 본다. 박카스 뚜껑은 언제 이렇게도 모았나 모르겠다. 담당자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항상 삼십 분 내로는 답이 왔던 것 같은데. 뭐, 상황이 변했을 수도 있지. 어디선가 혜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거기에만 넣으란 법 있니? 답답하기는. 너 내년에도 이러고 있겠다.’ 오랜만에 쓴 이름이 웃고 있다. 일 년이 지났으니 그래, 네 말이 맞긴 맞았네. 잠시 기억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