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형을 나누면

둘 이상이 모이면 대칭 또는 비대칭, 뭐가 되든 되고 만다고 그는 설을 쏟는다. 서로 다르면 다른 대로, 비슷하면 그중 같은 걸 찾아가며 사람들은 소통한다는 것인데 이어지지 않는 말을 그럴싸하게 껴 맞추는 것도 숨은 장기라면 장기다. 숨었다고 하기엔 그의 언어가 유별나니 키가 조금 작다고 해두자. 누군가는 허리를 굽히고 봐야 발견하는 매력이라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번 보면 계속 생각난다는 의미로 말이다. 그에게도 신은 있어서 한 줌 흙 같은 문장을 손에 쥐었다가 풀면 석영이 되기도, 흑연석이 되기도 하니 세상은 은근한 구석을 가진 셈이다.

누군가 내게 노력을 묻는다면 나는 삼각형을 말하겠다. 나누고 나누어도 웬만하면 다시 삼각형을 이루니 될 대로 되라지, 해도 삶은 살아지니까 말이다. 대충 보아도 불공평한 것보다야 좋지 않냐고, 그의 말은 언젠가부터 내 언어에도 녹아들어 있다. 둘 이상의 반대말인 하나, 혼자, 홀로 사는 삶은 종종 외로우면서도 흥미롭고, 조용하지만 복잡하다. 아무도 없음이라는 말도 둘 이상의 반대에 속한다면 홀로 사는 하루 중 나 자신이 없는 시간도 있다는 말일까, 있음이 하나일 때 없을 수도 있다면 내 존재는 자신을 부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둘 이상이 모이면 대칭, 혹은 비대칭이 되는 거라고 그는 오늘도 같은 이야기를 두 번, 세 번 펼쳐둔다.

집에 갈 시간이 지났는데 일어날 기미가 없는 너는 이 밤을 함께 보낼 생각이냐고, 나는 묻지 않았다. 대신 빈 잔을 채우면서 모래알 같은 안주를 긁어다가 그의 머리맡에 둔다. 그리고 창밖을 본다. 풀냄새가 비릿한 향을 덮기 시작하니 과연 여름도 코앞이구나. 달이 맑고 크다. 가로등에서 번진 불빛이 무수한 삼각형을 만들고 나는 빛을 나눈다. 될 대로 되라지, 해도 결국 삶은 살아지는 거라고, 애써 살지 말고 사는 대로 살자고 그는 중얼거린다. 달이 삼각형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