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잠시 살았던 동네를 찾았다. 떠나 있는 동안 집 앞으로 큰 강이 흘렀나 보다. 강에도 조수 차가 있던가, 물이 모두 말라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둑을 달린다. 멈추면 떨어질까 봐 쉬지 않고 움직인다. 둑은 가파르지만, 자갈로 만들어져 있어서 꽤 단단해 보인다. 그래서 발이 빠질 것 같지는 않다. 평평해졌다가 언덕이 되었다가 굴곡이 춤을 춘다. 동네 입구에는 가파른 언덕이 솟아 있다. 마치 누군가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려고 만든 것 같다. 나는 손으로 바닥을 짚어 간다.
겨우 도착한 집에는 흙먼지가 날리고 있다. 어디에서 왔는지 곳곳에 자갈도 보인다. 소파에 윗옷과 가방을 벗어 던지고 앉는데 불쑥 사람이 들어온다. 그림자가 짙어서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문틈으로 찬 바람도 들이친다. 벽에 걸려 흔들리는 모자를 본다. 그림자는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한다. 집까지 오는 동안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