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

아니,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당신이 찾는 건 속세에 있지 않아요.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욕심이 과하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흔히 사람들은 책에 진리가 있다고 하지요. 진리, 그게 뭔데요. 책에서 본 적은 있답니까. 편히 앉아 봐요. 아까 당신이 그린 걸 떠올려 봅시다. 생김새와 구도, 색깔, 어디까지 생각납니까. 다시 그려볼 수 있겠습니까. 혹시 말이죠. 거짓과 허구가 당신을 아프게 합니까. 비어있는 것, 가지지 못한 것이 당신을 병들게 합니까. 누군가 그럽니다. 진리의 반대말이 허구라고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게 그 허구라면 진리는, 당신을 웃게 할까요.

우리는 감춰진 것을 두려워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원하고 알 수 없는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왜요?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 당신은 몇 시간 뒤 삶을 마감합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이때까지의 나를 닫고, 끝냅니다. 다시 눈을 뜬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어제 원했던 게 뭔지 생각납니까. 어제 떠올린 음식을 지금 먹으면 어제 상상한 맛이 날까요. 우리는 매일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마감했다가 또다시 태어납니다. 여태 그래왔어요. 그러니까 깊게 생각해봐야 의미 없다는 말이에요. 다 사라지는 겁니다. 차라리 귀의하세요. 나는 진리를 모릅니다. 나는 당신을 알지만, 내일은 또 몰라요. 매일 새로 다가가겠지요. 당신은 내가 아니고 내일의 당신도 아닙니다. 미래의 누군가에게 숙제를 넘기진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