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의 생명력

꿈에서 학교 안을 헤매고 있었다. 강의실을 찾아가는 복도에서 누군가가 나를 향해 침을 뱉는다. 벌써 소문이 퍼졌나 싶어 모르는 척을 했다. 팔에 묻은 침을 닦으면서 계단을 오르는데 다락방을 발견한다. 아무도 오지 않겠지 싶어 잠깐 누웠다가 그대로 잠이 든다. 다시 눈을 뜨니 완도항 앞이다. 나는 부산하게 이 가게 저 가게를 드나들고 있다. 반소매를 입었더니 춥네, 생각하면서 가게 밖을 보는데 바다가 얼어 있다. 파도가 치다 만 상태로 얼어서 바다는 굴곡을 그린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겪는 이야기라고, 가게 주인이 말한다. 하필 이런 이야기는 생명력도 주인을 닮아서 질기고 고집스럽단다. 꿈속에서 나는 꽤 잘 지내고 있었다.

어떤 속담은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잃었다는 건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표현이 아니냐고, 빈 종이에 대고 묻는다. 오랜만에 머리를 풀었더니 거울이 반갑다. 의도로 보일 만한 건 모두 없애야 했다. 애초에 내게 뭘 알려준 이도 없었으니 추측만 할 뿐이다. 쉽게 들리는 이야기는 넘겨짚기도 쉽고 기억을 스치기도 금방이다. 부서진 울타리를 보면서 지난 시간을 살피고 있었다. 집중을 조금 덜 했다면 좋았을까 물었더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본래 취미라서 괜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