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침을 사랑했던 적이 있다. 꿈이 지나간 빈자리를 감당하기 싫어서 너는 잠에서 깨면 바로 침대를 벗어난다고 했다. 미련 같은 건 두지 말자고, 애를 써도 언젠간 다 잊힌다고 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막 도망친 꿈이 머리에서 증발하는 것을 본다. 에어컨 바람을 피해 몸을 감싼 이불 속에서 나는 최대한 작아진다. 찬 바람은 막았지만 가려움이 몸을 덮는다. 눈을 감고 다시 잠이 들기를 기다린다.
너는 그리움을 모른다 했으니 네가 떠나고 남은 이 감정도 그리움일 리는 없다. 사람들의 무기력이 요즘 내 식욕을 병들게 하는 것 같다. 나는 몸을 더 작게 웅크린다. 가려움은 등을 지나 허벅지와 종아리로 퍼진다. 나는 너의 허무도 사랑했던 적이 있다. 그 감정이 멋지다는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허무하게 보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서야, 내가 안다고 떠드는 이야기들이 사실은 다른 누군가가 잠시 풀어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기분이 조금 상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리움을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