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쉬고 있다

새가 날아든다. 두 마리가 짝을 짓는가 싶더니 하나는 멀리 날아가고 다른 한 마리는 길가에 남았다. 새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걷다가 멈췄다가 한다. 자동차 한 무리가 지나가면서 눈앞을 꽉 채우더니 사라진다. 길 건너편 남자가 새를 본다. 새는 그의 그림자를 밟고 있다. 그는 가방을 열고 뭔가를 찾는가 싶더니 고개를 젓는다. 나는 그의 그림자를 보면서 키가 크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가 지나가면서 다시 눈앞을 지우더니 사라진다. 새가 그를 보고 있다. 새는 도로를 봤다가 나를 보고, 다시 그를 본다. 그의 안경이 까맣게 빛난다.

나는 새가 왜 날아가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새는 날개가 고장 났을 것이다. 다른 짝이 먹이를 구해오는 동안 여기서 기다리기로 했을 것이다. 마침 길 건너편 남자의 그림자가 좋은 쉼터가 되었을 것이다. 짝이 돌아오면, 그래서 밥을 먹고 기운을 회복하면 곧 다시 날아갈 것이다. 최소한 도로를 벗어나 가까운 나무에라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새는 그냥 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