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니까

상처 나고 때 타고 하면 나도 아프거든. 시간 지나면 곪기도 해. 색깔도 변하고 냄새나고 미끌미끌해지고. 네 몸은 부지런히 닦으면서 왜 나는 그냥 두는 거야? 매일은 바라지도 않아. 가끔 신경은 좀 써주면 안 될까? 이러더라니까. 아프다고, 어떻게 뭐라도 좀 해달라는 거야. 눈빛으로 애원하는 거 본 지가 몇 달짼데, 이번에도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서 했지. 두어 시간 걸렸나. 진짜 힘들더라. 오랜만이라 그런지 때도 엄청 많고. 미안했지. 처음엔 수세미로 닦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문질렀어. 진짜 친구 닦아주듯이 말이야. 자주 봐주겠다고 약속도 하고. 그래도 다시 밝아진 거 보니까 좋더라. 생각난 김에 소독도 해볼까. 나 건식 써보고 싶어. 아니면 물기가 있어도 금방 마르는 구조던가. 아니다. 지금도 햇빛은 잘 들어오잖아. 미안하게 또 그래. 아프지나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