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멈출 수 없다. 밥을 먹다가 쉴 수는 있어도 생각은 그럴 수 없다. 일을 하다가 사람이 보이면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방금 했던 생각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일에 집중할 수 없을 땐 뭐가 문제인지 생각하다가 일에 몰두하기도 한다. 생각하는 게 일이라서 일을 한다는 것은 더 열심히 생각한다는 뜻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검은 스웨터를 입은 사람이 들어와 내 앞에 섰다. 머리가 길어서 어디까지가 머리고 어디부터가 스웨터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옆에 선 사람의 손가락에서는 매니큐어가 벗겨지고 있다. 아직 아홉 시가 되지 않았는데 이 사람들은 왜 벌써 출근하는 걸까 궁금하다. 언젠가 과외 선생님의 손을 보고 ‘매니큐어가 점점 작아져요.’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손을 오므리던 게 생각난다. 다음 날 선생님의 손가락이 깨끗해져 있길래 내가 ‘매니큐어 왜 지웠어요?’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은 ‘네가 뭐라 했잖아.’라고 했다. 그래서 조금 미안했다. 앞에 선 사람의 키가 커서 여기가 몇 층인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몸을 기울이며 자꾸 확인했다. 생각을 멈추지 않고도 잘 살아가려면 내리는 층 정도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