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에 생채기가 났다. 바닥을 두드리다가 생긴 일이다. 꽃잎 하나가 멍이 든 것처럼 벗겨졌다. 막대기 끝이 뾰족해서 언젠가 다칠 줄 알았다. 타일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벗겨진 살 위로 가루가 묻어 나온다. 밤에 피는 꽃은 생명이 질겨서 쉽게 죽지 않는단다. 멍이 든 상처에 볼을 댄다. 벌레가 나타나 눈앞을 빠르게 가로지른다. 타일은 범인을 알고 있다. 굳은 물감을 물에 풀고 부서진 가루를 넣는다. 어제를 기억하지 말고 내일을 창조하라. 때때로 오늘을 묻을 줄 알아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잎을 그린다. 섬세하지 않으면 장인이 될 수 없다.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벌레가 다시 나타나 타일 주위를 맴돈다. 벗겨진 살 위로 생명이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