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내가 소진되는 것 같을 때가 있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도 하지만 사실 버거울 때가 많다. 모든 시간은 나름의 가치가 있어서 최선을 다해 살면 반드시 답을 얻는다는데 문제는, 삶이 너무 길다는 거다. 사람들은 그게 인생이라고 하더라.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된다고. 너는 어떤지,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나는 어릴 적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어서 가끔 스스로 놀란다. 어깨 툭 치고 놀려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여기는 조용하기만 하다. 가끔 바람도 불고 비도 오는데 사람 소식은 없다. 문이 열리면 바람인가 보다, 밖이 시끄러우면 비가 오는가 보다 하는데 사람은 오지 않는다.

가끔 베란다 구석에서 시들어버린 난초를 생각한다. 처음 꽃집에 갔을 때 유독 눈에 띄었던 녀석이다. 직원은 애써 물을 주지 않아도 잘 큰다며 비가 올 때 창문만 열어두라고 했다. 그러면서 봉지를 들려주었는데 영양제를 넣은 흙이라고, 화분마다 조금씩 섞어주라고 했다. 하지만 비가 오면 나는 집에 있지 않았고, 창문을 여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구석에 있다는 건 마음에서 멀어졌다는 뜻이며 시들었다는 건 오래 방치됐다는 뜻이란다. 내 욕심이 그를 외롭게 했지만, 나는 어떤 원망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