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것들

느리게, 더 느리게.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보아라. 진실이라 부르는 것을 미워하고 세상을 의심하라. 네 숨을 따라 쉬는 자가 있을 것이니 그들을 믿고 허락하여라.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날 것이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느리게, 더 느리게. 시계를 버리고 달력을 두어라. 그리고 새벽까지 깨어 있으라. 기다리는 자가 승리하는 법이니 견디어라. 새벽까지 해가 지지 않는 날, 네 옆에 내가 있을 것이다. 흘러가는 것은 제 갈 길을 모르지만 남은 시간이 너를 안내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 숨을 남겨 둔다.

나는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본 적이 없다. 진실이라 부르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내 숨을 따라 쉬는 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많은 일이 생기고 사라졌다. 제 갈 길을 모르는 건 나뿐이었으며 남아야 할 것은 빠르게 사라졌다. 인내하는 법을 배웠으나 쓸 곳이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느리게, 더 느리게. 많은 일이 생겨났지만 어디에서도 내가 바라던 일은 찾을 수 없었다. 어느 새벽, 어깨너머로 숨이 닿더니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미움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