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뿐이라서 말투, 표정, 손짓, 그런 것에 집중하려고 했다. 언젠가 돌아볼 수 있으려면 뭐든 남겨 두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가끔 자신에게 물었던 것 같다. 이제 그만둘까, 하고. 내가 다른 길을 보는 데 너무 능숙했던 탓에 너는 종종 수없이 많은 사람으로 쪼개어지고 사라졌다. 내가 너를 찾아 다시 모아두면 너는 내 눈을 보다가 나 아직 여기 있어, 우리 더 좋아질 거야, 라고 했고 나는 그런 너를 보는 게 미안해서 머리를 숙이고 손을 잡곤 했다.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건 내 생각과 다르게 전달될까 두려워서였는데, 너는 그저 내 등을 두드리면서 웃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마음이 편해지면 우리는 짧은 여행을 떠났다. 산으로 바다로, 가보지 못한 곳을 함께 파헤치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나는 다시 다른 길을 찾았고, 너는 그런 나를 보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쪼개어지고 사라졌다. 그러면 나는 너를 찾아다녔다. 이런 일은 매주 거르지 않고 일어나서 가끔은 종교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