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그네처럼 생긴 의자에 앉는다. 여자는 어디서 운동을 하다 왔는지 목이 땀으로 얼룩져 있다. 의자는 성인 남자 세 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여자는 하품하면서 기지개를 켜더니 의자 위로 다리를 올려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긴다. 여자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공원이 있다. 주변이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소나무공원이라 불리는 그곳은 공설운동장이 폐쇄되고 몇 년 동안 버려져 있다가 한 정치인이 지나가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기 공원을 만들어야겠는데요, 했던 게 공약이 되고 그 정치인이 과반이 넘는 표를 얻으면서 현실이 된 곳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날, 바람이라도 불면 좋겠네. 여자가 노래를 부른다. 봄인가 여름인가, 소나무 향 퍼지고 나는, 부끄러워는 말게나. 아하, 눈에 힘주고 시원함만 즐기게나.
한 남자가 공원 주변을 걷고 있다. 남자는 반소매 티를 입었는데 날이 더운 탓인지 가슴과 등 주변이 땀으로 얼룩져 있다. 남자가 걷는 길을 따라 양옆으로 늘어선 소나무들이 남자를 굽어본다.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소나무에서 그늘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 앉는다. 이 소나무는 바람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바람이 불면, 소나무는 노래를 시작한다. 소나무의 노래는 한 가지에서 다른 가지로, 나무에서 나무로 이어져 바람을 타고 공원을 넘어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도시로 퍼진다. 남자는 그늘에 드러누워 길게 늘어진 가지들을 본다. 소나무는 눈을 감고 숨을 내쉰다. 바람이 불어와 남자의 머리카락을 흔든다. 구름 한 점 없는 날, 바람 불어 좋겠네. 봄인가 여름인가 솔향 퍼지고 나는, 부끄러워 않겠네. 아하, 시원함만 즐기고 가겠네. 소나무가 노래를 부른다. 소나무의 노래는 남자에게서 시작되어 가지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바람으로 이어져 한 그네에 앉은 여자의 입김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