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한동안 거울에는 내가 비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울을 보지 않았다. 가끔 유리에 반사된 내 모습을 보면서는 얼룩이 더럽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말하길 얼룩은 곧 자신의 부끄러움이라고 했는데 나는 부끄러움이 어떤 감정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어떤 생명이 있었다. 누군가 입을 묶어둬서 짖지도 못하던 개는 꼬리만 열심히 흔들다가 지치면 잠들고, 다시 깨어나면 끙끙대면서 또 꼬리만 줄기차게 흔들다가 잠들곤 했다. 사람들은 이 개를 호랑이라고 불렀다. 온몸이 얼룩으로 덮여 있다는 게 이유였다. 개는 누구든 호랑, 하고 부르면 자다가도 금세 깨어나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왔다. 나는 호랑을 보면서 쥐를 떠올렸다. 가끔 방구석에서 마주치는 쥐는 꼬리가 유난히 길어서 혹시 뱀이 환생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나는 쥐를 보는 게 무서워서 집에 잘 있지 않았다. 쥐는 한동안 거울 속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