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의 각서

안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거기가 어떤 곳인지 어떻게 알지? 늘 모든 일이 중요하다면서도 네 피부에 닿는 건 없잖아. 용기에 관해 말하려면 문이라도 열어 봤어야지. 지금 너에게 필요한 게 뭔지 알아? 결론을 얻기 전에는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하는 생각, 무관심, 영혼과의 각서, 너 그런 거 해본 적 없지. 일기처럼 써두고 며칠 해보다가 안 되면 또 쓰고, 종잇장에도 써서 호주머니에 넣고 며칠 살아보고, 무관심이 나쁜 게 아니야. 좋다, 싫다,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뭐든 잡아보라는 거지. 어차피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누가 본들 무슨 상관이야? 나는 그저 네가 주위만 빙빙 돌아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거야.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삶은 결국 행동하는 것의 문제야.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냥 해도 돼.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붙잡고, 그렇지 않은 건 신경도 쓰지 마. 인생은 길어서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어. 그러니 끝내고 싶을 땐 그냥 끝내도록 해. 그 이후에 오는 시간은 모두 네 것이고, 그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 나 그렇게 여유 있는 사람 아니다. 아무한테나 시간 내고 이야기 들어주고, 그런 거 안 한 지도 꽤 됐어. 겁먹지 마. 사람 그렇게 쉽게 안 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