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우리는 모두 그의 관념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마치 우리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들어주곤 했지요.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우리는 각자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를 이해했다고 생각해요. 그는 가끔 생소한 언어로 말할 때도 있었어요. 어느 나라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오직 그 이야기를 할 때만 그의 목이 잠겼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최소한 그가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고통받지 않았길 바라요. 그 넓고 환한 공간에서 사는 것에 어떤 대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누군들 외롭지 않겠어요. 너무 긴 시간인걸요. 매일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북적이면서 잠시 잊을 수는 있겠지요. 그리고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어난 뒤 밤새 아무에게서도 연락이 없었다는 걸 알면, 유독 종일 전화가 울리지 않으면서 내 연락을 받는 이도 없다면, 그리고 밤이 깊어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면 누구라도 결국 혼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걸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아침, 평화로운 오후, 고요한 밤, 이게 다 외로운 하루를 애써 가꾸는 언어라는 사실도요. 우리는 그가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가고 싶은 사람은 가야죠. 여기 머물 이유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