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노래

누군가에게 그림자가 지기 시작하면, 그것을 저지해선 안 됩니다. 꺼져가는 빛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어요. 처음부터 내부에 있지 않았던 사람은 마음속에서 빠져나가기도 쉽다지요. 그도 자신이 이방인이란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차지한다는 것은 도둑질과 같은 일이라고 했겠지요. 지난달엔가, 집 앞에서 우연히 봤을 때 그는 마치 기운이 다 빠져나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종종 마주치던 사이라 그날도 웃으면서 인사를 하려는데 그가 대뜸 묻더군요. 기르던 짐승을 죽여본 일이 있냐고요. 아실지 모르지만, 저는 짐승을 길러본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려다가 그냥 아뇨, 그런 적 없어요, 라고만 했는데 그는 아무런 표정 없이 서 있다가 그대로 가버리더군요. 그날 이후로 그를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대문은 물론이고 창의 커튼도 항상 닫혀있기만 했지요.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이유라도 물었을 텐데요. 어쩌면 그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이 그저 고통이었을지 모릅니다. 삶이 지겨웠던 탓이거나요. 누군가 말하길,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는 사라진다고 합니다. 바람에 씻기기도 하면서 모두 희석되고 나면, 마음속에 남는 건 상상뿐이라고요. 그때가 되면 우리가 존재했었다는 사실도 거짓이 되겠지요. 저는 빛이 꺼져가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요. 언젠가 당신도 덤덤해지는 날이 오겠지요. 어차피 우리는 다 이방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