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새벽,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맨정신으로는 마주할 수 없는 어떤 큰 사건을 앞에 둔 것처럼 옷을 여미었다. 수많은 질문과 그에 대한 핑계가 떠올랐지만 왜 무시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모른척하며 살았는지 언젠가 모두 설명할 수 있길 바라며 걸음을 재촉했다. 거리에 아무도 없을 시간대에만 움직이는 것은 내면에 대한 반항 때문이었다. 그 은밀함 속에서 나는 자유를 느꼈다. 누군지 모를 대상으로부터 숨어야 한다는 긴장감에서 벗어나면 비로소 나 자신이 될 수 있었다. 나는 걸으면서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 거리는 작은 소음마저 사라져 무성영화의 한 장면이 되고, 나는 그 안에서 허공을 걷는 사내가 되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발견될 것이었다. 누군가에 의해, 나는 결국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실은 어떻게든 퍼지는 법이니 교수대에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헐벗은 건달이 온몸에 상처를 입고 신음하듯 그렇게 맨몸뚱이인 채로 밝혀져야 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나는 이미 거리에 남아 흩어진 모래에 지나지 않을 테니, 뭐가 되든 괜찮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기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사람이 없는 거리를 걸었고, 영혼의 노래를 부르며 안식을 찾았다. 그리고 해가 밝아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영혼의 탑은 점점 거대한 요새가 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