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이야, 이 시간에? 연차 냈지. 바빠? 그냥. 일하는 중. 나 너네 회사 근처다. 야, 말도 없이. 놀라기는. 방금 지나갔어. 아 그래. 은근히 근속한다 너. 아직 잘 다니나 보네. 너야말로 진짜 웬일이야? 내가 뭐 보고하고 쉬고, 그래야 하냐. 아니 뭐. 여행이라도 하는 거야? 주말에 가족 모임이 있어서 벌초하러 왔어. 모임을 산소에서 해? 응. 그러자고 하더라고. 오랜만에 풀냄새도 맡을 겸. 오니까 좋구나. 어릴 때 여기서 숨바꼭질하고 그랬는데 말이야. 기억하는구나. 너 벌에 쏘였다고 울고불고. 야, 너도 당해보라니까. 네가 운 게 그거뿐이었겠니. 그래서, 요즘도 해리스 좋아해? 해리스? 그게 뭐더라. 그새 잊었구나. 너 우는 거 달랜다고 사줬더니 좋다고 막, 한동안 찾고 그랬잖아. 아, 그. 무식하게 단 거. 맞지? 그래 푸딩. 내가 박스로 사준 건 기억나? 맞아. 나 그거 먹다가 이빨도 상했었잖아. 그건 네가 양치를 안 했기 때문이고. 요즘은 좀 부지런하니? 말도 마. 치과 무서워서 칫솔도 제일 비싼 거만 사는 사람이야. 그런데 벌초는 혼자 가? 응.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해서. 끝나고 같이 밥이나 먹을까? 그래. 와서 동네 구경도 좀 해. 여기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문방구는 아직 있겠지? 응. 손님 없는 것도 그대로야. 야, 누가 나 찾는다. 가봐야겠어. 그래, 이따 전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