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른다. 7년 전 어느 식당에서 세진은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울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결국 직원이 다가와 세진을 진정시켜야 했고, 나는 테이블에 남겨진 음식을 보다가 식욕이 증발하는 것을 느꼈다. 세진은 자신을 달래주던 직원이 자리를 떠나자 나 잠시만, 하고 어딘가로 사라지더니 몇 분이 지나서야 돌아와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껴안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있다가 나 할 말이 있어, 하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세진을 밀쳐내고 가방과 짐을 챙겨서 거리로 나섰다. 세진은 뒤따라 나오면서 어디 가, 내 말 좀 들어봐, 하고 외쳤는데 그 소리가 꽤 컸는지 사람들이 하나둘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세진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그를 껴안았다. 그리고 울음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우리는 바로 옆에 보이는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고, 메뉴판에서 제일 싼 안줏거리와 버드와이저 두 병을 주문했다. 너 내 카드 봤어? 세진은 가방을 뒤지다가 고개를 저었는데 나도 주머니와 지갑을 살피다가 아까 식당에 두고 온 거 아닐까, 아냐 카드는 꺼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집에 있는 거 아니겠지, 너 집 여기서 얼마 안 멀잖아, 그래서 다녀오라는 말이니, 하면서 카드의 행방에 대해 오 분여를 넘게 추측했다. 그러던 중 버드와이저가 나왔고, 그 바람에 우리는 카드의 존재를 빠르게 잊어버렸다. 한참 뒤에 세진은 잠긴 목소리로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는데, 그때 나는 안주로 나온 올리브 절임에 집중하느라 그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도 있지 뭐, 괜찮아, 하고 건배를 제의했고, 그제야 세진도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 식당을 나오면서 세진이 아까 했던 말 있잖아, 하면서 복습을 시켜준 덕분에 그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내가 얼마나 그를 무심하게 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게 우리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