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은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것과 무심히 흘러가는 것의 차이를 알고 싶어 한다. 그는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면서 생각한다. 그동안 배우려고 했던 것과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얻을 수 없던 것의 차이를 탐구한다. 그리고 스스로 묻는다. 오늘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매일 무엇으로부터 살아남고 있는지, 그리고 어제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그는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삶을 원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극복해낼 용기가 없다. 걷는 사람은 자신이 더는 청년이 아니란 사실을 안다. 이제 기대와 희망 대신 옳고 그름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지보다 어떻게 해야 미움을 덜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안다. 그는 자신을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이 그의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걷는 사람은 제 몸을 살펴본다. 마치 동물이 털을 고르듯이 몸 구석구석을 빗어낸다. 그리고 몸을 감싸고 있던 껍질을 벗는다. 그는 스스로가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