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나는 입국장 의자에 앉아 유리 벽 너머를 본다. 사람들이 눈을 마주치면서 서로에게 달려간다. 누군가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누군가는 묵묵히 듣는다. 서로 끌어안고 우는 사람도 있다. 혼자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나와 비슷하게 유리 벽 너머를 본다. 사람들이 서로 재회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오늘은 아는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마주칠 예정이 없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나는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떠난다. 어딘가로 떠나는 행위는 정상적인 한 주를 보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나는 새로운 곳에 머물 때마다 다른 어딘가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처럼 행동하려고 한다. 그래서 되도록 짐을 가볍게 꾸린다. 나는 매일 해가 지면 그날의 묵은 뉴스를 본다. 가끔 머무는 곳의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매일 밤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를 찾는다.

나는 내 삶을 지배하는 여러 규칙을 생각한다. 어떤 규칙은 내 하루를 잘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나는 잃고 싶지 않았으나 잃어버린 삶의 모습을 생각한다. 사람들은 내가 그 삶에 어울리지 않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한다. 나는 갖고 싶지 않았으나 이제는 넘치게 소유해버린 많은 것을 떠올린다.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가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다. 매일 많은 것이 나를 떠나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이 들어오기 때문에 빈자리를 모르고 산다. 나는 규칙에서 멀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