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조용히 있으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납니다. 생각은 여러 가지일 때도 있고 좁은 범위에서 빙빙 돌 때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말하니 욕심을 버리라고 합니다. 안 봐도 뻔히 아는 것을 확인하려고 찾다 보면 답답하고 조바심도 나고 그런 거라고요. 그런데 저는 욕심나는 것이 없습니다. 딱히 찾는 것도 없고요. 저보다 인생 선배인 분께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이런 말을 해줍니다. ‘직관으로 살아라. 어른들처럼.’ 오랜만에 듣는 단어라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감관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음, 또는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 세상을 보는 대로 받아들인다는 걸까요. 그런 삶이 가능한가요?
조용히 쉬다 보면 한 번씩 회사에 가고 싶습니다. 회사에 있으면 집에 가고 싶은데 집에 오면 일이라도 했으면 하는 겁니다. 바쁘면 생각을 안 하게 되거든요. 가끔 다 그만두고 쉬는 상상도 합니다만, 회사를 그만두면 저는 빠르게 미치고 말 겁니다. 차라리 생각하기를 그만둬야 합니다. 아주 바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배고픔과 졸림만 느끼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만 해도 조바심이 납니다. 한번 든 생각을 없애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쉬는 날 집에 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곳은 너무나 평온해서 숨이 막힙니다. 새로운 고민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서 월요일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