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로 고민하는 이야기

1.
“저 눈 떴어요. 인사하고 싶어요.”
“○○님 굿모닝이요.”
“좋은 아침입니다.”
“몇 시간 주무셨어요?”
“어제 여기에 말하고 잠들었으니까 어디 보자. 여섯 시간이요.”
“오 나쁘지 않네요.”
“더 자고 싶은데 이렇게 눈 뜨면 긴장돼서 잠이 안 와요.”
“그렇죠. 딱 한 시간만 더 자면 개운할 것 같은데. 저도 최대 수면시간, 마그네슘 먹어도 여섯 시간.”
“이제 뭐 하지. 게임 할까요, 글을 쓸까요. 집에 욕조 있으면 이럴 때 몸도 담그고 엄청 좋겠는데. 노곤하게.”
“저도 아침 반신욕 좋아해요.”

2.
“900렙님 안녕하세요.”
“꼬맹이 안녕. ○○님, 이거 사요. 진짜 짱 좋음. 작아서 좁은 욕실도 가능. 물이 잘 안 식어요. 물도 일반 욕조보다 조금 들어가고 거꾸로 앉으면 온욕도 가능. 싸고 좋습니다.”
“가끔 고민해요. 저렇게 쓰다가 거실 물바다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근데 난 반신 말고 전신이 좋은데. 현주님 욕조 샀어요?”
“전신 된다니까요. 거꾸로 앉으면 전신, 의자로 앉으면 반신.”
“욕조 샀냐고요.”
“산 지가 언젠데. 11월 말이에요.”
“그래요? 저거 어디에 두고 써요? 불편한 점은? 단점은?”
“단점 0. (사진) 덮개도 있고요.”
“뭐야, 공간 별로 안 차지하네. 큰 요강 같기도 하고.”
“깊은 쪽으로 앉으면 전신욕 돼요. 나랑 키도 비슷하잖아요. 쪼꼬미.”
“자네 키가 얼마길래?”
“65.”
“나 욕조 고민한 지 2년은 넘은 것 같은데. 내 키에도 괜찮을까. 여자용 아닐까요?”
“괜찮소. 키 작은 거 다 알아요.”
“아니거든요.”
“세트로 사면 덮개랑 버블 기계랑 사우나 가운이랑 다 줘요.”
“남자 후기도 있는지 찾아봐 주세요.”
“들어가 보면 되잖아.”
“아예 큰 욕조를 매립해버릴까 생각도 했어요. 룸메가 서울에 집 구하면서 그 집에 욕조를 매립했다더라고요. 그런데 왠지 욕조 사면 또 한두 번 해보고 물 채우기 귀찮고 앉아 있기 조바심 나서 안 할 것 같지 않나요.”
“여기 후기 있네. 키 176인데 작지도 않고 일주일에 2번 정도 사용하는데 피로가 풀리고 정말 좋아요. ○○님보다 키 큰데 괜찮대요.”
“나보다 작은데.”
“뻥치지 마요.”
“더 큰 사람 후기 찾아봐요. 진짜거든?”
“거짓부렁 혼난다.”
“오늘은 욕조로 고민하는 이야기를 써야지.”
“단점 딱 하나 있다. 가운데 좌욕 구멍. 저기 물이 안 빠져요. 그런데 세워 놓으면 상관없어요.”
“그럼 그냥 큰 대야인가.”
“신림에 살 때 큰 대야 있었어요.”
“이제 6시. 씻고 회사나 갈까.”
“욕조 사요, ○○님. 진짜 후회 안 해요. 이사 와서 제일 잘 샀다 싶은 것, 건조기, 욕조, 매트리스.”
“건조기는 인생 재탄생템이에요.”
“욕조도 그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