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피하는 방법

“기억이 안 나.”
“바로 어제 했던 얘기잖아. 어디 적어 두기라도 하던지.”
“미안. 보면 또 생각날까 봐.”
“생각 좀 나면 안 돼?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면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면 아프다.”
“너는 내가 생각나는 게 두려워?”
“그런 건 아닌데.”
“이해할 수 없어. 요즘도 매일 지우는 거야?”
“응. 밤마다.”
“부지런도 하다. 어쩌다 안 지우면 어떻게 돼?”
“그럼 뭐. 다음 날 벌 받는 거지. 종일 생각나고 괴롭고.”
“너 그거,”
“알아. 병인 거.”
“뭐래. 이상한 소리 말고 밥이나 먹으러 와. 고등어찜이랑 부침개 해놨어.”
“배 안 고프다니까.”
“지금 오는 게 좋을걸. 또 후회하지 말고.”
“씻어야 돼.”
“삼십 분이면 되지? 문 열어 둔다.”